아 그게 뭐더라

맥북 프로 (M1 pro 16인치) 리뷰 본문

카테고리 없음

맥북 프로 (M1 pro 16인치) 리뷰

뭐더라토 2022. 11. 27. 04:41

내 생에 두 번째 스마트폰이던 베가 아이언이 고장나 아이폰 6으로 바꿨었다.

아이폰은 겨울철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닿는 이슈와 노후화로 인하여 다음 휴대폰인 갤럭시 S9로 넘어갔다.

그 이후로 다시는 애플 제품을 사용해 본 기억이 없다.

 

그 때 이후로 나는 애플의 안티에 가까운데,

가장 큰 이유는 '노골적으로 플랫폼을 독점하려는 시도가 악의적으로 다가와서' 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군소 세력이 똘똘 뭉친 2차대전 내지는 삼국지의 정의로운 연합군으로 비쳐지는 반면,

애플은 세계 시총 1위이기도 하고, 독자적인 플랫폼을 홀로 만들어가는 악덕 회사같은 이미지이다.

 

그럼에도 나는 최근 맥북 프로 16인치 M1 pro를 샀다.

높은 할인율을 보고 충동구매한 측면이 다분하지만, 굳이 이유를 들자면,

애플 제품을 산다면 휴대성 특화인 아이패드나 아이폰 대신, 맥북을 사보고 싶었기고 하고,

애플 실리콘 등장 이후 눈길이 많이 가기도 했다.

그리고 써보지도 않고 애플을 싫어하는건 좀 그렇지 않을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3주 정도 동안 맥북을 써본 후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맥북을 찍은 사진을 띄운 맥북을 찍은 사진


 

첫 인상부터 보자면, 일단 디자인이야 뭐 좋다.

업계 1위인 만큼 애플에서 사용하는 디자인이 곧 정답이기도 하지만, 모든 제품에서 통일감과 클래식함을 유지하려는 투박함이 뭔가 장인정신이 깃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1. 키배열

열어서 처음 1시간 정도 사용해 보면,

키보드 배열에 아주 화가 나게 된다.

이전 키보드 포스팅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나는 control 키가 중요하다는 철학 아래, Capslock과 Control 키를 바꿔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맥북에서는 Control 키 대신 Command 키가 등장을 한다.

맥북을 사기 전에 나는 그냥 Command키가 Control 키를 대체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애플에서 만들거나 애플 친화적인 어플리케이션에서는 Control 키 대신 Command 키를 사용하고 있었고,

MS에서 만들거나 MS 친화적, 또는 터미널 창에서는 Control 키를 거의 그대로 사용한다.

화가 안 날 수가 없다.

 

일단은 Command가 더 자주 사용되기 때문에, Capslock 자리에 Command 키를 두고, Command 자리에는 Control 키를 두고 사용 중이다.

Command와 Control 키를 둘 다 사용하려니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터미널에서 쓰는 각종 ^C, ^D, ^A, ^Z, ^P, ^E 등등의 키들이 맥북 기본 단축키와 헷갈리기 시작하고,

파워포인트에서 쓰던 각종 단축키들도 제멋대로 Command와 Control을 혼용하기 시작한다.

반쯤 진심으로 UN에서 키보드 배열 국제 표준을 국제법으로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키매핑 프로그램으로 Command와 Control을 하나로 합쳐버리자니 충돌이 있고,

osx에서 바꿀 수 없게 고정시킨 command를 사용한 단축키들이 있는지라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

 

2. 어플리케이션

키배열은 이쯤하고, 이 배열 저 배열 동시에 사용하다 보면 조금은 두뇌가 말랑말랑해 지지 않을까 위안을 삼아본다.

컴퓨터를 새로 받았으니 일단은 설치의 시간이다...!

나는 일단 어플에 돈을 쓰는데 주저하지는 않았다.

이미 Adobe Acrobat Pro를 월 구독해서 사용하고 있었고...

MS office와 한컴독스도 이미 구독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내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이유를 찾은 것 같기도..?

설치한 어플을 나열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MS office 시리즈, Adobe 시리즈, 한컴독스, Alt-tab, Magnet, Aldente, Countdown timer plus, iStatistica, Maccy, Mathpix, Rize, Yolink, VLC, Cheatsheet, Bartender 4, Amphetamine, Amplenote, Thunderbird, YT music, iTerm, Wireguard, VScode, Anydesk, AppCleaner, Discord, BetterDisplay, draw.io, CASTER, Clipstudio, OBS, snap, matlab, Parellels desktop, Zotero, Alfred 5, Scroll reverser, Karabiner, firefox, kakaotalk.

(유료 및 구독은 기울임, 하루 평균 1회 이상 사용시 bold)

벌써 중고 맥북 다 됐네...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Magnet 같은 단순히 윈도우 사이즈를 조절해 주는 어플이 유료로 판매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한참 뒤늦게 출시된 동일 기능의 무료 버전의 다른 앱도 존재했지만, 뭔가 안된다는 것 같아서 그냥 magnet을 구매했다.

이외에도 단순히 하드웨어 센서 정보를 출력해주는 어플인 istatistica가 유료로 판매되고 있었고,

윈도우에서는 당연하다시피 공짜로 해주는 작업 표시줄 우 하단의 아이콘들을 숨겨주고, 클릭 할 때에만 표시하게 해주는, 그 단순한 기능이 bartender라는 이름으로 유료로 판매되고 있었다...

빌 게이츠는 얼마나 천사였던 걸까...

순간적으로 swift를 공부해야 하나 진심으로 생각했다. (아직도 고려중이다)

Gnome extensions(https://extensions.gnome.org/)에는 무료로 소스코드까지 공개되어 있는 기능들이 여기서는 구독까지 걸어가면서 날개돋친듯 팔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앱스토어 등록이 까다롭거나 검색 시스템이 구린 것인지는 몰라도, 나와 있는 어플도 그렇게 다양한 것 같지는 않았다.

이거 안드로이드 진영... 아직 해 볼만 할지도...

 

3. 배터리와 모니터

너무 까기만 했는데, 배터리와 모니터는 극강의 성능을 자랑한다.

ARM 기반 cpu답게 발열도 0에 가깝고, 배터리 소모가 적어서 충전하지 않아도 오래 간다. (사실 충전기를 뽑아놓을 일이 많지는 않다)

그리고 모니터는 4개의 pixel을 하나로 합친다던가 하는 그 기술을 이용했다고. 하드웨어적인 해상도가 애초에 다른 노트북들에 비해 한참 높다.

 

4. 기타 성능

내가 산 모델은 맥북 프로 16인치 M1 pro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옵션으로 32GB 시스템 메모리와, 2TB 용량을 주었다.......

(*듣기로는 컴퓨터를 맞출 때 나처럼 램을 때려넣으면 늙은이라고 한다)

M2만큼 좋은 cpu는 아니지만, 이미 내 사용 수준을 뛰어넘은 성능의 컴퓨터로 일반적인 환경에서 잔 렉은 걸리지가 않는다.

하지만 가끔 pdf와 firefox 탭을 잔뜩 띄워주고 ppt 작업을 할 때 로딩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다...

 

5. Unix 기반

커널 자체부터가 다르기는 하지만, 맥북은 unix 기반 os에서 만들어졌다고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기대가 컸고, 구매한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apt 명령어가 잘 작동하기는 하는데, 사실 각종 어플을 설치하는 과정을 보자면 arch linux의 AUR (Arch User Repository) 설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이는, 약간은 무식해 보이는 방법이다. (osx에서는 .dmg를 다운받고 그냥 binary 옮기듯 폴더에 카피해준다)

나름의 이유는 있겠지만, ext4나 zfs가 아닌 애플만의 독자적인 파일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도 굉장한 스트레스이다.

윈도우와 리눅스, 애플이 각기 다른 파일 시스템을 사용하다니, 아직도 IT 기술은 갈 길이 한참 남았다.


사실 맥북이 잘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알려져 있듯이, 통합된 환경이다.

고정된 하드웨어 규격 몇 개에만 개발 환경을 맞추면 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버그를 해결하기 쉽고 개발 시간도 짧아진다.

이렇게 이용자가 몰리면서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자적인 개발 언어를 만들고, 이렇게까지 폐쇄적으로 가는게 거부감이 든다.

 

발열, 배터리를 잡은 M1 실리콘 칩과 모니터는 정말 극찬하고 싶지만,

간단한 기능이면서 돈 받는 어플이 수두룩한 맥 생태계는 이게 맞을까 싶다.

그냥 평범한 우분투에서 카톡/MS/한컴오피스가 잔렉 없이 잘 구동된다면 나는 주저없이 osx를 포맷하고 우분투로 넘어갈 것 같다.

아직은 그런게 아니니까 일단 투자비 회수 시점까지는 군말없이 맥북을 애용할 생각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