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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가 되는 길

우희열 명인 한산 소곡주 (18%, 1800mL)

뭐더라토 2020. 5. 8. 02:11

불소곡주에서 자신감이 생긴 나는 원래의 소곡주가 그리워졌다.

 

추석이나 설날에 큰아버지네 댁에 가면 차례주로는 항상 소곡주가 올라오곤 했었다. 그리고 성묘를 가서는 황태에 막걸리를 먹곤 했었...크흠. 흠흠...

 

아무튼 명절 때 딱 한잔씩 마시던 그 소곡주는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한 잔뿐이라서 맛있던건가. 친가에서 소곡주를 한장 땡기고(?)나면 외가로 가는 차 안에서는 곯아떨어지곤 했다. 소곡주는 달달한 맛이 강해서 맛있다. 그리고 이 달달함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고, 냉장보관을 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병이 담긴 상자에 따르면, 소곡주는 백제 멸망 후 나라 잃을 한을 달래기 위해 하얀 소복을 입고 술을 빚었다고 하여 소곡주 라고 한다. '소' 글자를 '흴 소' 素 로 봐서 이렇게 보는 것이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적을 소'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제보니 소곡주가 충남 서천군 한산면의 로컬 술이었군. (https://namu.wiki/w/%ED%95%9C%EC%82%B0%EC%86%8C%EA%B3%A1%EC%A3%BC)

 

저번 불소곡주랑 비교해보고 싶어서 같은 곳에서 주문했다. 사실 성씨를 보고 주문한 느낌도 없지않아 있다. 역시 대한민국은 학혈지연. 다다익선이라고 큰 놈으로 주문했다.

무려 1.8리터. 가격은 32900원. 소주 한병인 360mL로 따지면 6580원이다. 사진으로는 감이 안오겠지만, 무려 1800mL이다. 내가 직접 본 술병 중에서는 가장 크다. 술을 따르게 되면 공손해질 수 밖에 없다. 1.8키로짜리를 한손으로 어떻게 따라... 

 

글의 서두부터 계속 마시고 있는데, 맛있다. 저번에 마신 불소곡주는 이 소곡주를 증류한 것이였고, 투명한 액체였던 반면에, 이 오리지널 소곡주는 누런 빛이 난다. 김빠진 맥주 색깔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향부터 맥주랑은 전혀 다르다. 달달해서 그런지 뭔가 마르면 끈적끈적할 느낌의 달큰한 누런빛 18도 술. 맛있어서 끝도 없이 들어간다.

 

이전에 불소곡주를 마셨던 글에서는 고량주 맛이 난다고 했었는데, 이제 보니 그건 고량주 맛이 아니라 이 소곡주 맛이었다. 이 18도짜리 소곡주를 증류한다면 확실히 불소곡주 맛이 연상된다. 도수에서 유래되는 알코올의 화한 그 정도만 다를 뿐, 전체적으로 향이 정확히 일치한다. 확실히 도수가 불소곡주의 반도 안되다 보니 먹을만하다. 몇 잔 째인지 모르겠다. 비슷한 맛을 찾기 힘들어서 객관적으로 어떤 맛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엄청 달달한 사케느낌이다. 어으 계속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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