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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카를로 로벨리

뭐더라토 2018. 11. 30. 18:48

책을 자주 읽지도 않으면서 한번 읽은 책을 그냥 덮고 넘어가기에는 남는게 없는 것 같아 이렇게 적어두려고 한다. 영화 리뷰를 적는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정말 자주 읽지는 않아서 따로 카테고리는 만들지 않고 일단은 '공부' 카테고리에 넣는다.


 몇 주전 학술정보관 1층에 있길래 지나가다가 보게 되었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매력적인 책 제목이었던게 나의 선택을 받는데 큰 작용을 했다. 실재가 아니라니 그럼 뭐라는 거지? 다른 책에서 본 말이 생각났다. 사실 원자와 원자 사이 간격은 원자 크기에 비해 너무나도 넓기 때문에 사실 우주는 거의 빈 공간이나 다름없다는 말이었나...? 아무튼 책을 펴서 목차를 보니 과학사의 처음부터 현대 과학을 쭉 다루는 그런 책이었다. 이런 종류의 책을 몇번 읽어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양자역학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읽고 싶었다.


 책의 초반부까지는 지루했다. 거의 아는 내용인데다 고대 서양 과학사 위주의 내용은 별로 흥미가 가질 않았다. 특히 무슨 고대 서양의 문학작품(예를 들면 단테의 신곡)들을 인용하면서 이런 문학 작가들이 과학적 직관을 가지고 있었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데, 이 부분만큼은 공감이 힘들었다.

 그래도 근대 시대로 들어서면서부터는 술술 읽혔다. 다른 책에서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예를 들자면 책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설명할 때 빛의 속도가 불변이라는 것 대신, 현재의 시간이 거리에 따라 확장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현재 시간의 확장이라는 개념은 이전에 본 적 없던 것이었다. 내가 읽었던 다른 책에서는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보여줬다면, 여기서는 수학과 과학을 배제하고 직관적인 이해만을 추구하는 느낌이었다. 중반부 근대 과학부터 이후로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많아서 몇 페이지는 그냥 넘겨버린 채로 읽기도 했다. 

 이 책의 진짜는 책의 4개 장 중에서 세번째 장부터이다. 여기서 부터는 내가 그 전에는 듣도보도 못한 과학을 쓰고 있었다. 이 책은 2014년에 이탈리아에서 출간되어 한국에는 올해 막 번역되어 들어온 신간도서인데, 그만큼 최신 물리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중학교때인가 초끈이론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보았지만, 그 때 그 이론은 너무나 최신 이론이었던지라 어디서도 그런 내용을 담은 책을 볼 수 없었다. (Newton같은 과학잡지에는 있었지만 그땐 이해하지도 못했다.) 이 책은 초끈이론과 대척점에 있는 이론인 루프 양자 중력이론을 옹호하고 소개하는 책이라는 것은 잠깐 짚고 넘어가자. 아무튼, 이 책은 내가 본 책 중에서 가장 최신 과학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도통 이해하지를 못하는 점들이 꽤 많았지만, 그래도 중요한 포인트들을 간신히 잡고 겨우 읽어갈 수 있었다.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의 모순점을 해결하기위해 루프양자중력이론이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공간과 시간도 양자화된다. 그래서 무한히 작은 공간과 시간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간은 결국 장으로, 공간을 매개(?)하는 입자(가상의 개념인듯 하다)들 간의 상호연결을 통해 만들어지며, 이 공간에 다른 입자들이 있는 것이고, 시간은 존재하지 않고, 시간이라는 것은 물질(장)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모든게 양자장이라는 말이다. (저자가 강조하는건 은근 몇 가지 없다. 모든 것은 양자장이라는 것과, 모든 것은 물질들의 상호작용으로 생겨난 것이라는 점. 이 두 가지다.)

 이게 다 무슨소리인가. 한번 책을 대충 읽은 것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이 책의 신빙성도 의심된다. 이 뒤로는 빅뱅과 블랙홀을 루프양자중력이론으로 설명한 것과, 정보물리학 조금 등등이 서술되어 있다. 시간이 뒤로 돌아가지 않듯, 열의 흐름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둘은 뭔가 통하는게 있다는 관점은 새로웠다.


 이 책을 다 이해하고 보는 사람은 없을텐데도 책을 덮자 책의 뒤쪽 커버에 있는 찬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책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었더라도 '짧지만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지식' 몇가지를 건질 수 있는 책이었다. 사실 루프이론이라는 것도 여기서 처음 들어봤다. 저자가 정말 자신감있게 책을 써서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식"의 내용이나, "했던 이야기를 또 반복하는" 내용은 없어서 좋았다. 그래도 고대 문학을 현대 과학에 견주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있어보이긴 했다. 절대 한번만 읽고 리뷰를 할 수 있는 책은 아닌 것 같다.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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