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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어쩌다 어른, 이영희

뭐더라토 2018. 12. 5. 20:48


도서관에서 1Q84를 보려다 1권을 못찾겠어서 그냥 눈에 띄는 책을 찾았다. 게다가 1Q84는 양이 너무 많아서 읽을 엄두가 안나더라.

내 기억에 '어쩌다 어른'은 옛날에 베스트셀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맨 뒤를 보니 1판 1쇄가 2015년 2월이다.


'최신 베스트셀러는 다 대출중이니 옛날 베스트셀러라도 읽어야지' 하고 첫장을 폈는데, 눈 깜짝할 새 다 읽어버렸다. 기자라면서 이렇게 술술 읽히는 문체를 써도 되는건가. 블로그에서나 볼 법한 그런 따움표와 괄호가 난무하는 가벼운 문체. 그 위에 자신의 경험과 감상 위주로 '인생 감상문'을 책으로 썼다. 5~6페이지마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담아 호흡도 짧다. 중간에 읽기 귀찮은 부분은 그냥 넘겨버리고 쭉쭉 읽었다. 이 블로그에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그런 문체였다.


책에서 무거운 주제나 깊은 교훈같은건 찾기 힘들다. 그냥 자신의 인생사 중에서 재미있으면서 사소한 교훈(?) 같은 것들을 얻었던 자신만의 이야기를 뽑아, 에피소드 형식으로 써두었다. (심지어 교훈없이 끝나는 에피소드들도 많다) 정말 표지에 적힌 대로 "나(작가)만의 잉여로움을 위한 1인용 에세이"라는게 정확한 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무슨 직업인지, 어디에서 유학을 했는지, 어떤 성격이고 어떤 문화에 빠져 사는지, 요즘엔 어떤 고민에 빠져 사는지. 정말 쓸데없지만 은근히 궁금해 할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내 기억에는 그렇게 오래 남지 않을 것 같은 책이다.


베스트셀러 수준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아마 공감을 많이 받아서 그랬던 것 같다. 특히 20, 30대 여성에게. 나는 그렇게 공감할 수 없었지만, 이 책이 공감을 많이 받았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아 이런게 현대 여성들에게 공감받는 삶이구나.'라는 것을 공부한 느낌이다. 요즘에는 이런 자신만의 작은 인생을 적은 책들이 참 많이 나오고 또 많이 베스트셀러에 올라가는 것 같다(근데 안읽어봐서 잘 모름). 물론 그런 책들을 찾아 읽는 편은 아니라서 읽어본 적은 없다. 그래도 이 책은 작가가 가지고 있는 마인드가 마음에 들어서 좋았다. 매사에 너무 긍정적이지 않아서 좋았고, 작은 행복(이른바 소확행)에 만족하지 않아서 좋았고, 혼자 사는 삶을 무조건적으로 예찬하지 않아서 좋았다. 


 책에 자신의 이야기보다 가상의 이야기, 만화영화의 이야기가 좀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특히 모르는 내용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이런 부분들은 재미가 없었다), 그런 부분은 길다 싶으면 그냥 넘겨버리고 읽었다.

 남의 인생사를 들여다보는 것 만큼 재미있는건 없다. 역시 소설보다는 수필이지. 총평은 : 영양가 많지 않음. 기분전환. 책 한권을 읽었다는 뿌듯함. 그리고 타임킬링용으로 좋다.


책의 가장 마지막 즈음의 한 부분이 그 어떤 다른 부분보다 마음에 든다. 이렇게 적혀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인데, 어쩌면 이 책에 쓴 글들은 다 거짓말일지 모른다."

사실 작가는 책에다가 이런저런 수많은 멋진 다짐들을 은근히 적어두었다. 그런데 책의 끝 마무리를 적을 정도의 시간이 지나 다시 자신을 돌아보니, 앞서 책에 적었던 다짐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에 거짓말을 적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웃긴다. 작가가 웃기면서도 인간답다. 기껏해서 책을 끝까지 읽어줬더니 마지막에 하는 말이 거짓말일 수도 있다니. 다른 위선적이고 교훈담긴 것보다 책 자체에 영양가는 없지만 진솔한 수필이어서 좋았다. 아니, 책보다는 작가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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