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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를 갈라버리면

뭐더라토 2024. 9. 5. 03:01

 

 

나의 키보드 연대기

나는 약간 키보드에 진심인 편에 속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굳이 변명하자면, 현대인에게 있어서 키보드는 조선시대의 붓/벼루나 20세기의 만년필과 같은 포지션이 아닐까. 아님 말고. 내 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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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2년 전 포스팅에서 올린 마지막 키보드를 여전히 잘 사용 중이며, 나의 키보드 배열과 키매핑은 정착기를 맞이하고 있다.

게다가 나는 키보드의 심미적인 면도 그렇게 잘 따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의 키보드 컨텐츠는 없는 것일까?

이런 건 어떨까. 예를 들면 키보드를 반으로 갈라버린다거나...?


 

OTT 시대 인류의 오랜 숙원.

누워서 태블릿 보기는 이제 수많은 침대 거치대 제품의 출시로 더 이상 꿈이 아니게 되었다.

거기서 한 발자국 나아가보면, "누워서 컴퓨터 하기"의 목표를 꿈꾸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나 또한 그랬다.

 

대략 2017년부터 꾸준한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내가 정착한 셋업은 대략 이렇다.

침대에 거치대로 갤럭시 탭을 거치시키고, 기본 기능인 "세컨드 스크린" 기능으로 노트북의 모니터를 띄우는 것.

하지만 여전히 키보드와 마우스 사용이 조금 번거롭다는 문제가 남는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가벼운 블루투스 키보드를 하나 사서 몸 위에 올려두고 사용하고는 했다.

짧은 이용시간에는 사용성이 나쁘지는 않았으나, 본격적으로 뭔가 장문의 타이핑을 하기에는 불편함이 있었다.

ChatGPT로 생성한 "누워서 컴퓨터 하기"의 상상도

 

그래서 여기에서 오늘의 본론.

키보드를 좌우로 쪼개어, 몸의 좌우에 하나씩 둔다면?

몸에 작용하는 하중이 사라지고, 흔들림 없는 타이핑이 가능하다...?

 

사실 이 Split Keyboard를 생각을 안 해본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사실 누워서 긴 타이핑을 할 일 자체가 거의 없다)

최근에 침대 태블릿 거치대를 새롭게 선물받으면서 도전정신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가끔 이것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가 있지 않은가.

 

알리에서 검색 중 포착된 키보드는 이것.

https://ko.aliexpress.com/item/1005007436065945.html

 

관세 미포함 23만원이라는 꽤나 사악한 가격이었지만,

VIA를 통해 사용 중인 키매핑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

블루투스가 된다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국인을 위해 B 키가 양쪽에 있어야 한다.

(한국인은 영어 'B'는 왼손으로, 한국어 'ㅠ'는 오른손으로 입력하기 때문)

 

DIY가 아니면서 이 조건을 만족하는건 저 키보드가 유일했다.

심지어 가스캣이다!

*Gasket mount keyboard는 하판과 직접 연결이 없어서 타건감이 부드러울 거라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는 별 차이 없더라)

 

정식 이름은 Split Xiao yun (小云). 중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검색해도 잘 나오지는 않는다.

서해를 타고 배송되는 중 잠깐의 분실이 있어서 시간이 상당히 걸리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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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배송 받은 것들을 하나씩 끼워나가 보면...
완성...! 참고로 스페이스바나 쬐끄마한 쉬프트를 위한 키캡을 잘 쇼핑해야 한다.

 

흠. 일단 완성된 때깔은 나쁘지 않다.

스플릿 키보드이기 때문에 양 좌우 키보드를 C 타입 케이블로 연결해 준다.

블루투스 상황에서는 놀랍게도 각 키보드를 따로 2개의 기기로 인식시켜야 한다.

 

 

지금까지는 QMK 만 쓰다가 이번에는 VIA로 키매핑을 처음 해봤는데.

뭐야 이거... 키매핑이 안된다?

 

가스캣이라 하판을 뒤에서 그냥 열면 나온다!

 

그래서 키캡 다시 빼고, 하판 뜯고 칩 검색하고 난리를 피우는데...

사실 키매핑에는 문제가 없었고, 다행히도 그냥 스위치를 끼울 때 몇 개의 핀이 꺾였던 것뿐이었다.

 

그리고 키매핑에 결정적인 제약 사항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데,

좌측 키보드에서 mod를 변경하는 키를 누르면 (일종의 modifier), 우측 키보드는 그 사실을 모른다...!

다행히 shift와 ctrl 같은 키는 OS 차원에서 인식을 해준다.

그런데 이게 또 안드로이드에서는 인식을 안 해준다!

그래서 안드로이드에 연결하는 경우, 좌 shift와 우 shift를 그 키보드 안에서 적절히 사용해 줘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리고 QMK와는 다르게 VIA에서는 Tap-dance 기능이 특정 키만 가능하다는 것도 큰 단점.

(*Tap-dance : 하나의 키만으로 여러 키를 표현하는 방법. 나는 CapLock 키에 짧으면 esc, 길면 ctrl로 적용하도록 사용 중이었는데 이 키보드에는 적용하지  못했다.)

 

이런 몇 가지 단점들이 치명적이라 앞으로 몇 년간 스플릿 키보드는 쳐다볼 일이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일단 써보니 누워서 쓰기에는 기존보다 좋았다.

그래도 건강을 위해서는 바른 자세로 컴퓨터를 써야겠지...

 

사실은 마우스도 트랙볼로 하나 샀는데, 이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적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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