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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가 되는 길/막믈리에

호랑이 생

뭐더라토 2021. 10. 23. 23:53

라벨 표지에 이름만 보고 한참 막걸리라는 글자를 찾아 다녔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식품유형을 찾아보니 '기타주류'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아마 '탁주' 분류를 받지 못해 '막걸리'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이 점에 대한 의문은 막걸리가 식은 후에 마저 나눠보도록 하고, 바로 혀가 마비되기 전에, 맛부터 적어보도록 하자.

 

일단 방금 전에 마셨던 '옛날 동동주' 보다 훨씬 단맛이 죽었고, 신맛이 더 강하다. 사실 이전에도 적었지만, 나는 이런 heap한 맛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그렇다고 엄청 치우친 맛은 아니고 상당히 균형 잡힌 맛이며 단적으로 말하자면 직전에 마셨던 '옛날 동동주'보다 훨씬 맛있다.

 

라벨의 측면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구가 적혀 있다.

"생발효 8주 유통은 연구팀의 수년의 결실이자 발효과학의 깊이입니다. 자연의 단맛이 8주동안 살아있습니다."

그렇다. 유통기한이 지금까지 중에 가장 길었던 이유는 연구팀의 피와 땀이었던 것이다. 아마 유해균 살균을 잘 처리한 것이 아닐까. 애초에 '배해경 농업회사법인' 이라는 사원수 4명인 회사(오늘자 잡코리아 출처) 에 연구팀이 따로 있는지 의문이기는 하다.

어흥~ 그네 타는 호랑이가 상당히 귀엽다

갑자기 사원수가 나오니 국내 막걸리 회사들의 회사 규모가 궁금해졌다.

일단 내가 직접 샀다가 상폐빔을 맞을 뻔했던 국순당은 240명(2021)에 매출 503억(2020), 영업이익 51억(2020)

장수 막걸리와 월매 막걸리로 유명한 서울장수는 240명(2021)에 매출 367억(2020), 영업이익 43억(2020)

지평 막걸리로 유명한 지평주조는 사원수 51명(2020), 매출 269억(2020), 영업이익 83억(2020)

출처는 모두 잡코리아. 지평 막걸리가 적은 사원수와 낮은 매출로도 높은 영업이익을 뽑아내는 것이 흥미롭다.

 

막걸리 맛은 다들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익이 이렇게나 차이가 난다. 아마 국내 영업 차이가 대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막걸리의 세계화가 가능해지는 것이 아닌 이상, 아마 막걸리 업계의 국내 총 생산량은 여기에서 비슷하게 나누어 먹거나 오히려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막걸리가 아무리 싸고 가성비가 좋다고 한들 젊은 사람이 찾아 마실 만한 그런 유형은 아니다. 혼자서 마실 때는 혼자 캔맥을 마시고, 다 같이 마실 때는 소주/맥주/소맥이나 조금 더 비싼 양주를 마시지. 부침개/전과 같은 일부 안주와의 조합 외에서는 활로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감미료를 줄이고 더 맛있는 막걸리, 유통과정 중에서도 맛이 변하지 않는 K-막걸리가 개발되기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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