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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가 되는 길/막믈리에

우곡 생주

뭐더라토 2019. 8. 3. 01:05

롯데슈퍼에서 6500원. 

이 돈이면 막걸리 네다섯병은 산다. 

 

그래도 자신이 비싸다는 자각은 있는지, 머리꽁지를 천으로 묶어두는 예의는 보이고 있다. 상당히 프리미엄스럽다.

이런 꽁지머리를 보고 누가 지나칠 수 있으리. 한병을 당장 풀매수. 시음 전에 오랫동안 마시지 않았던 막걸리를 몸에 적응시키기 위해 밤막걸리 1병과 불로 생막걸리 1병을 친구 둘과 나누어 축였다. 

 

굉장히 특이한 맛.

막걸리를 먹기 전에 병 꽁무니에 붙어 있는 고형물들을 골고루 섞는 과정이 필수라는 것은 어느 정도 고인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거다. 그런데 이 막걸리는 꽁무니에 붙은 건덕지가 전혀 없다! 여기서 1차 충격.

그리고 이 우곡 생주를 따를 때, 병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 액체의 상태가 매우 걸쭉했다. 때깔부터가 달랐다. 다른 막걸리들은 반투명하다면, 이것은 광자 하나의 투과도 허용하지 않는 듯한 그런 불투명도의 걸쭉함을 뽐내고 있었다. 술에서 걸쭉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달리 말하자면 고급지다는 뜻이었고, 달달하다는 말이었다.

 

한입을 당겨본다.

달다.

너무 달다.

막걸리가 아니라 이건 rice 'wine'이었다. 이건 막걸리가 아니다. 극한까지 달달한 화인트 와인 당도 수준의 와인이다. 첫맛까지는 어느정도 막걸리의 범주 내라고 생각했지만, 끝맛이 지나치게 달아서 전혀 막걸리 맛이 아니다. 솔직히 너무 달아서 별로이다.

 

음? 근데 이거 한모금 거머쥐니 코에서 화끈거리는 숨결이 나온다. 

병을 다시 보니 10도. 뭐야 이거. 달기만 한게 아니라 도수가 높기도 하다. 

암. 프리미엄이라면 10도 정도는 돼야 프리미엄이지.

 

막걸리계의 양주같은 느낌이다. 너무 달달하다. 정확히 저번에 마셨던 맥주, 'Bavaria 8.6 original' 느낌이다. 도수도 더 높고, 달기도 더 달고. 이런 스타일의 변형을 막걸리계에서 적용시킨다면, 이 우곡 생주가 나오는거다. 너무 달고 도수도 10도라서 한병만 사오기를 잘했다. 더 마시기에는 좀 그렇고, 4명이서 한잔씩 마시기에 어울린다. 이왕이면 안주도 어느정도 맛이 센 걸로 먹어야 단맛을 조금 삭힐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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